2024-11-06

무익한 종에서 무익한 종으로

  • 날  짜 : 2024년 11월 6일 수요일
  • 찬  송 : 323장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 성  경 : 누가복음 17:7~10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 (10)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 비유에서 주인은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맡은 종을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합니다. 주인이 맡긴 일을 충성스럽게 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 달란트 맡은 종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꾸짖으며,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고 호통을 칩니다. 종으로서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고 나태함과 게으름으로 사는 인생은 주인에게 그저 무익한 종일 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무익한 종’이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예수님은 종이 주인의 명령을 다 행한 후 “저는 무익한 종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이렇게 자신을 무익한 종으로 여겨야 하는 이유는, 주인의 명령을 겸손한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 종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앞의 내용은 믿음을 더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도들에게 예수님이 겨자씨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뽕나무도 순종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일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종의 비유를 통해 진정한 순종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신 것입니다. ‘순종하다’의 원어 ‘휘파쿠오’는 ‘~의 아래에서 듣다’라는 뜻입니다. 즉 아래에서 듣는 것이 순종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주님의 ‘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백하면서도 때때로 종이 아닌 손님 역할을 하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종은 수고하고 돌아왔을지라도 결코 주인과 겸상하는 법이 없고, 주인이 식사를 다 하기까지 온전히 수발을 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조금만 수고를 하고 나면 금세 대접받는 자리에 앉아 겸상하려는 손님처럼 굴 때가 많습니다. 또한 주인은 종이 모든 일을 행했어도 결코 감사 인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늘 감사 인사를 받고자 자꾸 내 의를 드러내려고 합니다. 주인의 아래서 명령을 듣는 종의 자세가 아니라, 주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손님의 위치에 서 있으려 할 때 우리의 ‘주님’이라는 고백은 거짓 고백이 됩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무익한 종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무익한 종이라 칭하며 종의 자세로 겸손히 주님 명령에 순종하는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살아가기를 축복합니다.

주님께 나는 종입니까, 손님입니까?

내 인생의 주인이신 주님, 입술로는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요,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면서도 손님의 자리에서 사명을 감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소서. 주께서 명령하셨으니 그저 할 일을 묵묵히 감당하는 무익한 종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병민 목사 – 생명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