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6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

  • 날  짜 : 2024년 12월 6일 금요일
  • 찬  송 : 364장 내 기도하는 그 시간
  • 성  경 : 마태복음 11:2~11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하시니라 (6)

오랫동안 친하게 잘 지내던 두 사람이 갑자기 서먹서먹해졌습니다. 사소한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서로의 마음에 불편함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관계가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신뢰의 마음을 흔들어 쓰러뜨리는 걸림돌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칸달론’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실족하다(발을 잘못 딛다)’도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새번역은 이 부분을 이렇게 옮겼습니다. “나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6).”

옥에 갇힌 세례 요한은 지금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그가 기대했던 메시아는 심판자의 위엄과 능력으로 온갖 잘못된 것을 찍어버리는 ‘도끼’, 쭉정이 같은 인생을 태워버리는 ‘불꽃’ 같은 메시아(마 3:10, 12)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에게는 그런 확실하고 강력한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뭔가에 검게 그을리고 뭉툭 잘려나가버린 인생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회복시킬 뿐입니다. 답답한 요한이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 약속된 메시아가 맞는지 묻습니다(3). 그러자 예수님은 이사야가 예언한 말씀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십니다(5). 예수님이 보여 주시는 하나님 나라에는 찍어버리고 태워버리는 힘이 아니라 품어서 살리는 힘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요한은 그 나라를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붙잡고 있는 메시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내 기대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걸림돌에 부딪힙니다. 그 때문에 관계가 깨지고 신뢰가 깨지고 믿음이 깨집니다. 우리 안에는 아주 견고하게 자리 잡은 기대가 있습니다. 그것에 맞지 않으면 실망하고 분노하고 정리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런 인간 세상에 찾아오신 메시아의 모습은 생각할수록 놀랍습니다. 그분은 ‘기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심판하는 신이 아니라 기대에 맞지 않아도 사랑으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오늘 본문은 말합니다. ‘기대를 내려놓고 기도로 내려가라!’ 기대는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관계, 하나님과의 관계를 쓰러뜨리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자꾸만 그 기대에 맞추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기대를 내려 놓고 가만히 상대에게 귀 기울일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내 안의 기대는 무엇입니까?

주님, 내 기대에 맞지 않는 상대방의 모습 때문에 쉽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우리의 모습을 고백합니다. 걸림돌은 상대방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왜곡된 기대일 수 있음을 알게 하소서. 내 기대와 다른 너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손성현 목사 _창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