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

그리스도가 나셨도다

  • 날  짜 : 2023년 12월 25일 월요일
  • 찬  송 : 109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성  경 : 누가복음 2:8~12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12)

토론토의 리지스 대학에 ‘노숙자 예수’라고 부르는 청동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티모시 쉬말츠라는 캐나다 조각가의 2013년 작품인데, 두꺼운담요로 몸과 얼굴을 두른 노숙자가 벤치에 누워 있는 형상입니다. 작품 어디에도 예수의 신성은 담겨있지 않고, 그저 헐벗은 노숙인일 뿐입니다. 그러나 담요 바깥으로 나온 맨발에 뚫린 큰 상처는 그분의 십자가를 연상시켜서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숙연하게 합니다.

나는 어디서 혹은 어떤 예수님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오늘 본문을 보면, 한밤중에 들판에서 노숙하며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납니다. 얼마나 그 장면이 장엄했는지, 천사가 목자들을 안정시켜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고선 놀랍고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예수님이 천사보다더 대단하고 중요한 분임이 틀림없는데, 보이기에는 천사가 나타난 장면이 더 대단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타날 때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었기 때문입니다(9). 그에 비해 예수님의 나심은어떠했습니까? 그분은 ‘그리스도 주’로 선포되지만(11), 초라한 구유에 누우셨을 뿐입니다.

예수님을 삶의 자리에서 만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천사가 나타내는 장엄함이 아니라, 구유에 뉘어 있을지라도 그분이 구주라는 믿음입니다. 크고 장엄한 것에 시선을 빼앗기면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라는사실을 잊게 됩니다. 마가복음 4장에 나오는 풍랑이 치는 바다에서 제자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입니까? 불어오는 거센 바람과 크고 대단한 파도에 시선을 빼앗겨 그들과 함께하시는 예수님을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아니하시나이까(막 4:38).” 제자들은 주님이 그들을 돌보기위해 그 허름한 배에 누워 계신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헐벗고 가난하고 곤고한 인생과 같이하시기 위해 구유에 오셨고, 풍랑 치는 삶의 문제에 직면한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 허름한 뱃고물에 누워도 계십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이 땅과삶에 그리스도로 오신 증거입니다. 이 증거가 우리 삶에도 나타날 줄 믿습니다.

우리 삶의 구유에 나신 그리스도가 하실 일들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예수님, 곤고하고 가난하고 문제 많은 우리 인생 가운데 오셔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감사합니다. 우리가 환경과 상황만 바라보며 낙담하고 실망하지 않게 하옵소서. 오직 그리스도를 바라봄으로 새로운 소망이 시작되었음을 믿게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전창희 목사 _ 종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