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은 늘 없습니다
- 날 짜 :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 찬 송 : 108장 그 어린 주 예수
- 성 경 : 누가복음 2:1~7 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7)
참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눈에 보이는 왕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습니다. 가이사 아구스도의 말 한마디에 온 백성이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1).” 마리아는 진짜 왕을 잉태하고 있었지만, 황제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예외 없이 먼 길을 가야만 했습니다(5). 마리아가 편안한 자기 집에 있을 때도 아니고, 하필 ‘거기 있을 그때에 해산할 날이 찬 것’은어떤 이유일까요?(6)
우리는 이 일이 베들레헴에서 이루실 하나님의약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미 5:2).”
하지만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그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맞이할 시간을 주시지 않습니다. 최소한 집이라도 청소해 두면 좋을 것 같은데, 청소는커녕 제대로 된 방도 없습니다. 결국예수님을 말의 밥통에 누여야 했습니다(7). 예수님은 그렇게 오셨습니다. 왕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그런 상황 속에, 내어 드릴 빈방도 하나 없던 상황 속에 말입니다.
성탄을 앞둔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어쩌면 빈방을 마련해 두는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의 노력과 성취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다시한번 경쟁하고 쟁취하여 주님을 모실 빈방을 마련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복음이라면, 우리중 누가 그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의 일정도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 일입니다. 빈방을 준비할 여유도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뚫고 나를 살리려 이 땅에 오신 주님이 계심을 깨닫는 일입니다. 인간의어떠한 준비가 아니라,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나의 애씀을 잠깐 멈추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를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어떨까요? 주님을 모실 빈방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노동이 아니라, 이미 나의 삶에서 일하고 계신주님을 기억하며 그 은혜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오늘이기를 소망합니다.
유동근 목사 _ 온누리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