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5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 날  짜 : 2023년 6월 5일 월요일
  • 찬  송 :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 성  경 : 시편 8:1~9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9)

김사인 시인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시에서 너스레를 떱니다.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 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공들여 적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 한 벌 지은 셈 쳐달라는 말이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그가 공들여 적고 싶다 밝힌 시 두 편은 모두 이성선 시인의 시였습니다. 그중 하나인 ‘별을 보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이시를 처음 읽었을 때 두 눈이 확 뜨거웠던 것은, 우리의 알량한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시인은 그렇게 아름답고 순수하게 노래하는데, 수없이 주님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런 생각 전혀 없었던 우리가 어쩐지 부끄러웠던 것입니다.

본문의 시인은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바라보며 경탄에 빠집니다. 놀람으로 신비의 문이 열리자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하늘의 달과 별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하나님의 지문이 남아 있음을 봅니다(1). 사람이 만든 공식이나 이론을 따라 세상을 지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 곧 질서의 근본임을 깨닫습니다(3).모든 존재를 만드신 것은 하나님의 ‘손가락’, 최소한의 것으로 무한한 것을 빚으셨음을 확인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 안에 계시지만, 모든 것을 합해도 다 담을 수 없는 분임을 인정합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진하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빛이 다 같은 빛이 아니듯이, 그림자도 다 같은 그림자가 아닙니다. 환한 빛 앞에 서면 그림자도 진해집니다. 세상에 가득한 하나님의 신비를 마주하자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작고 보잘것없는 인간의 모습입니다(4). 사람이 무엇인지를 묻는 시인의 질문은 떨림과 겸손 그 자체입니다.

오늘은 환경보호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입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 앞에서 두 이레 강아지만큼이라도 눈을 뜨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신비로 가득한 세상을 우리가 어떻게 더럽혔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많이 늦었다 싶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떨리는 손으로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에서 하나님의 지문을 발견하고 있습니까?

 

주님, 인간의 욕심으로 병들어가는 이 세상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신음하는 피조물의 탄식소리를 들어주십시오. 눈을 떠서 주님 지으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떨림으로 마주하게 하시고, 떨리는 손끝으로 그 모든 것을 지켜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한희철 목사 _ 정릉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