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3

율법의 조문을 넘어 정신을

  • 날  짜 : 2023년 7월 13일 목요일
  • 찬  송 : 428장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 성  경 : 출애굽기 34:29~35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33)

시내산에서 내려온 모세가 백성에게 계명을 전할 때,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기 때문입니다. 백성은 모세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신비한 광채에만 주목했습니다. 모세가 얼굴을 수건으로 가린 이유는, 순간적인 사람의 영광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이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성경을 읽을 때 수건을 벗고 읽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고후 3:13). 유대인들이 바울 당시까지 모세의 모습을 본받아 머리에 수건을 쓰고 성경을 읽는 관습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수건을 쓴 모세의 모습은 답습하면서, 정작 모세가 전한 하나님의 메시지에는 무관심한 유대인들의 맹목적인 신앙생활을 비판했습니다. 사실 모세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유와 바울이 수건을 벗으라고 강권한 이유는 같습니다. 신비한 현상을 넘어 숨겨진 본질을 바라보고,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주목하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성경의 권위와 말씀의 거룩함은 문자 자체가 아닙니다. 문자에 담긴 진리 안에 생명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은 율법의 조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해서 말씀에 집착하면 본래 메시지를 잃어버린 채 맹신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출 23:19).” 유대인들은 이 율법 조문을 문자적으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우유와 고기를 함께 먹지 않거나, 유제품과 육류를 따로 조리합니다. 하지만 이 조문은 단지 조리법이나 식생활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염소 새끼를 삶는 이유는 육질이 부드러운 고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더 부드럽게 하려고 어미의 젖으로 새끼를 삶는 지나친 욕심입니다. 이 율법의 본뜻은 이기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비인도적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는 만행을 금지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 무분별한 남획이나 공장식 축산업처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탐욕에 적용되는 말씀입니다. 만물을 향한 생명 존중은 하나님의 백성이 지켜야 할 삶의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경건의 모양이 아니라 경건의 능력을 체험하고 있습니까?

 

주님, 우리의 신앙생활이 율법 조문에만 집착하는 형식적인 믿음에서 벗어나게 하옵소서. 문자 자체에만 집착하지 말고, 율법 조문에 담긴 본래의 메시지를 발견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게 하옵소서. 우리에게 지혜와 결단, 용기를 허락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명섭 목사 _ 강릉예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