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8

주가 쓰시겠다 하면

  • 날 짜  : 21년 3월 28일 주일
  • 찬  송 : 142장 시온에 오시는 주
  • 성  경 : 마가복음 11:2~6
  • 요  절 : 만일 누가 너희에게 왜 이렇게 하느냐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즉시 이리로 보내리라 하시니 (3)

우리는 주변에서, 같은 물건이라도 쓰는 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따라 쓰임새와 가치가 사뭇 달라진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카페에 갔더니 오래된 수도관을 손잡이로, 재봉틀 받침대를 테이블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빨래판도 벽에 걸어 두니 근사한 소품처럼 보였습니다. 이처럼 문제는 물건의 상태가 아니라 그 물건에 대한 고정관념과, 다른 방식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협함과 아집일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감람산 벳바게에 이르신 주님은 두 제자를 맞은편 마을로 보내십니다. 그러면서 생뚱맞게 그곳에 매여 있는 새끼 나귀를 풀어서 끌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껏 잘 걸어오시다가 얼마 남지도 않은 길을 그렇게 가신다는 것은, 게다가 어울리지도 않는 새끼 나귀를 풀어서 끌고 오라는 것은 분명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입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언제나 사건 자체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변에서 해대는 말들이 더 마음을 괴롭고 어렵게 합니다. 그런데 주님은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그저 ‘주가 쓰실 것이다’라고 말하면 즉시 보낼 것이라는 말씀까지 덧붙이십니다.

 

사실 주가 쓰시겠다는 대답은 ‘힘없는 새끼 나귀를 풀어다가 무엇 하려느냐?’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말씀에 대해 다들 왜 그러시는지, 어쩔 생각이신지 더 이상 복잡하게 따지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쓰시겠다는 것은 그분께 다 계획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타보지 않은 새끼 나귀는 그 무엇도 확인된 것이 없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일하심은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내가 하려고 하니까 복잡합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니 순종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주가 쓰시겠다고 하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할 일은 매여 있는 것을 풀어 드리는 것, 그것이면 족합니다. 복잡하면 나도 쓰기 어렵습니다. 단순해야 사용하기 쉽습니다. 새끼 나귀를 타신 주님을 생각하는 종려주일을 맞아 제일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 봅시다. 주께서 보시기에 나는 쓰기 쉽습니까, 아니면 어렵습니까?

주님이 쉽게 쓰실 수 있도록 내가 지금 풀어야 할 것들은 무엇입니까?

기도

하나님,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만 고집했습니다. 내 방식대로만 쓰느라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줄 몰랐습니다. 따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복잡해진 마음에 단순함을 주옵소서. 주가 쓰시겠다고 할 때 매인 것 풀고 아멘으로 순종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종윤 목사 _평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