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 날  짜 : 2025년 6월 25일 수요일
  • 찬  송 : 412장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 성  경 : 미가 4:1~5  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을 것이라 그들을 두렵게 할 자가 없으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의 입이 이같이 말씀하셨음이라 (4)

몇 해 전에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파주에 이르기까지 열하루를 혼자 걸었습니다. 분단된 아픔의 땅을 밟으며 기도하는 것은 기도실에서 드리는 기도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땅을 돌아보는 가장 좋은 길이라 여겼습니다. 비무장지대를 걷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표지가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철조망에 일정한 간격으로 붙은, 붉은색 바탕의 역삼각형 표지판에 적힌 ‘지뢰’라는 경고문입니다. 마음 아프게도 우리의 허리를 두르고 있는 것은 철조망과 지뢰입니다.

‘누가 여호와와 같은가?’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가는 이사야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예언자로서 백성들의 불의한 모습을 보며 예루살렘과 성전의 몰락을 예고했습니다. 백 년이 지난 뒤 예레미야가 같은 내용을 선포할 때 사람들은 미가를 떠올렸습니다(렘 26:17~18). 미가가 심판만 선포한 것은 아닙니다. 주님의 성전이 있는 주님의 산이 산들 가운데서 가장 높이 솟아 모든 언덕을 내려다보며 우뚝 설 때, 민족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것을 선언합니다(1). 주님이 온 세상 모든 민족을 다스리시면 진정한 평화가 찾아옵니다. 사람마다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을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한 평화를 의미합니다. 주님께서 민족들 사이의 분쟁을 판결하고 원근 각처에 있는 열강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시면,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입니다. 또한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고, 아예 군사 훈련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형제가 형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가슴 아픈 날입니다. 100만 명이 넘는 희생자 중에 군인보다 민간인의 수가 더 많았으니 그 비참함을 짐작할 만합니다. 아직도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채 우리의 역사와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미가의 예언에 의하면 진정한 평화는 주님이 우리가 사는 땅의 주인이 되실 때 가능합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우리의 허리에 빼곡히 심긴 지뢰를 파내고 생명의 씨앗을 심고 거두는 평화가 이 땅에 임하기를 빕니다.

우리가 사는 땅의 평화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평화의 왕이신 주님,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난 지 75년이 지나가지만 여전히 갈등과 불화와 반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한 불신의 총부리를 거두게 하옵소서. 이 땅을 긍휼히 여기셔서 칼을 쳐 보습을 만들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한희철 목사 _ 정릉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