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과 온기
- 날 짜 :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 찬 송 :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
- 성 경 : 마가복음 5:25~34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34)
죽어가는 딸을 치유해 달라는 회당장 야이로의간곡한 청원을 주님은 차마 외면하실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 여기며, 그 집을 향해발길을 돌리셨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소문을 듣고몰려든 인파 때문에 예수님 일행의 이동은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이로는 조급한 마음으로 한시라도 빨리 인파를 뚫고 지나가려고 고군분투했을것이 분명합니다.
이때 12년 동안 혈루증으로 고통받던 여인이 군중 틈을 비집고 들어와 주님의 옷을 만집니다. 주님의 옷에 닿기만 해도 병이 나을 거라고 믿었고, 그 믿음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능력이 흘러나간것을 알아채신 주님의 물음에 혈루증 여인은 두려워 떨면서 순순히 자백합니다. 군중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습니다. 사람들은 추방된 사람이 왜 거리를 활보하냐며 날 선 눈초리로 쏘아보았습니다. 특히 야이로는 주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그에게원망의 눈빛을 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주님은 어떠셨을까요?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34).”라며 온기 어린 표정을 짓지 않으셨을까요?
야이로의 딸에게는 아버지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었습니다. 혈루증 여인에게는 대신 나서 줄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레위기 15장에 따르면, 유출병이 있는 사람은 부정하며, 그의 신체와접촉한 것들 역시 부정합니다. 혈루증 환자들이 공동체 밖으로 격리된 이유가 그것입니다. 사람들은피 흘리는 여자를 부정하다고 낙인찍고, 갖은 수모와 모욕을 주었습니다. 부정함이 전염된다며, 인과응보라며, 부모든 당사자든 죄를 지었기 때문에벌을 받는 거라며, 낯을 잔뜩 찌푸린 채 그를 차갑게 밀어내고 배제했습니다.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괴로움은 상해를 입었을때의 통증과 유사해서 동일한 마취제로 고통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 경계심이 높아지고, 심리적으로 불쾌감을 느낍니다. 타자의 돌봄과 지지 없이는 오롯이 설 수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입니다. 비와 햇살이 악인과 선인을 가리지 않듯, 빛이신주님의 속성도 그러합니다. 그 넉넉한 은총을 체험하고 나누는 인생이 되길 소원합니다.
김민호 목사 _ 지음교회
